| [한국시민뉴스] 문장수 기자 =
(사)한국가교문학회(김종순 이사장)는 지난 4월 19일(금) 서울에서 출발하여 소수서원, 선비촌, 금성단, 부석사, 무섬마을을 찾아 문학의 향기를 봄 향기에 취했다. 영주까지의 이동 시간 때문에 이른 아침 출발을 하였으나, 달리는 차 창 밖은 녹음이 짙어가며 아직 지지 않은 붉은 꽃이 손짓하는 듯하였다. 버스 좌석을 꽉 메운 문우님들께 감사드리며, 아침 식사를 김밥 대신 찰밥과 찬거리를 정성 들여 마련하신 양혜순 부이사장께도 감사드린다.
이날 영주 문학기행 기획 및 사전준비를 해주시고 해설을 곁들여 주신 이광녕 교수께도 감사 말씀 올린다. 먼저, 소수서원에 도착 선비촌과 금성단을 참례 후 금강산도 식후경이랄까 향토음식과 탁주 한 사발에 흥을 돋웠다. 이어 부석사 탐방과 무섬마을의 고택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이라는 외다무다리를 건너 강변에 흠뻑 젖어 보았다.
■ 소수서원(修紹院書)
소수서원에 들어서자 이곳에 주요행사나 방문이 있음을 알리는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우뚝 서 있어 이제 서원 경내에 발을 디뎠다는 감이 새롭다. 특히, 퇴계 이황은 산수가 좋으면서 서원에 주향으로 모실 서원과 연고가 있는 곳이 서원을 건립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조건을 갖춘 곳이라 하였는데, 소수서원이 바로 그러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서원의 입구에 있는 경렴정(景濂亭) 정자(亭子)는 맑은 죽계수(竹溪水)가 흐르는 계곡의 물가에 위치하여 휴식과 사색의 공간인 취한대가 있어 발걸음도 가볍게 한다. 서원 왼편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둔덕은 거북이가 알을 품은 모습처럼 보여 영귀봉이 반겨준다.
영귀봉 주변으로 수백 년 된 적송이 장관인데, 소나무에서 선비의 충절을 배운다는 뜻으로 학자수라 불릴 만하다. 보기에도 멋진 소나무 숲은 서원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고 있었다. 소수서원은 1543년 중종 38년에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의 명칭은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이었다. 그 당시의 서원은 과거 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되었다.
안향(安珦, 1243-1306) 선생은 고려 후기의 문신, 학자, 교육자로서, 한국 성리학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본래 이름은 안유(安裕)였으나, 노년기에 안향(安珦)으로 개명하였다. 그의 호는 회헌(晦軒)이며, 시호는 문성(文成)이다.
안향 선생은 많은 유학자를 양성했으며, 그의 제자 중에는 우탁, 이조년, 서견, 윤안록, 허관 등이 있다. 이들은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조선 건국의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향 선생의 교육과 사상은 고려 말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의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 시대의 서원은 유식(遊息) 공간, 강학(講學) 공간, 제향(祭香) 공간으로 구성되어 사람들이 장수(藏修)하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서원 건립을 한 사람들은 주위의 산수 경관과 건축이 합일할 수 있도록 풍수지리적으로 잘 어울리도록 서원 공간을 조성한 것이 참 자연스럽다.
소수서원이 들어선 곳은 성리학(性理學)을 한반도에 처음 도입한 안향 선생이 어린 시절 수학하신 곳이라 한다. 백운동서원은 고려 시대의 유학자 안향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안향 선생의 사당과 함께 후진 양성을 위한 사립학교를 건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서원의 이름은 백운동에 항상 가득한 하얀 구름에서 유래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청아한 하늘빛과 녹색의 산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당시 풍기 지역의 경제 사정은 열악했다. 그러함에도 주세붕은 서원 건립을 추진하였고, 이는 향촌을 교화시켜 결국 국가를 위한 천년만년의 대계가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서원 건립이 백성들을 교육하고 교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믿었으며, 당장 기근을 구하고 난을 그치게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서원은 퇴계 이황(李滉)의 건의에 따라 1550년에 나라로부터 인정받아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현판을 내려 최초의 나라 지원을 받는 사액(賜額)서원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서원이 확대되고 학문 활동의 중심지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서원의 지나친 건립과 확대로 1868년(고종 5년) 흥선대원군이 전국서원을 철폐할 때에도 훼철(毁撤)되지 않고 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가 되었다. 이후 1963년 1월에 사적 제55호로 지정되었고, 2019년 7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경내 건물로는 문성공묘(文成公廟)·명륜당(明倫堂)·일신재(日新齋)·직방재(直方齋)·영정각(影幀閣)·전사청(典祀臨)·지락제(至樂齋)·학구재(學求齋)·서장각(書藏閣)·경렴정(景濂亭)과 탁연지(濯硯池)·숙수사지 당간지주(宿水寺址 幢竿支柱) 등이 있다. 대다수 서원의 건물 배치는 앞쪽에 학사를 두고 그 뒤에 묘당을 세우는 전학후묘(前學後廟)를 따르는데, 소수서원은 동학서묘(東學西廟)로서 서쪽에 묘당을 동쪽에 학사를 건립하였다. 이는 '서쪽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우리나라 전통위차법인 이서위상(以西爲上)과 좌우지선(左右之先)의 예를 따른 것이다.
그 밖에 국보급 보물 다수가 있다. 주세붕 영정(影幀)과 서원을 거쳐 간 인물들이 남긴 전적, 문집, 기문, 목판 등 141종 563책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 서원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이어지고 있어 탐방하기에 좋다.
소수서원의 역사적 분위기와 깊은 학문적 전통을 떠올리며, 그 감회를 담은 시조는 소수서원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학문적 가치를 기리며, 현대에도 그 정신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았다.
오늘도 흐르는 백 년 세월 책의 향기
은은히 풍겨나는 조선 선비 곧은 정신
옛 선비 꿈을 그려보네! 소수서원 그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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