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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0년06월06일 16시43분 ]



논설 실장 문장수
(文鏘洙)

기술사, 공학박사, 수필가

 

본 내용은 로날트 D.게르슈테의 저서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를 재구성한 것임을 밝힌다. 저자는 1957년생이며 의사이자 역사학자이다.

 

COVID19는 그 크기가 5마이크로미터(um)로 매우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팬데믹은 100년을 주기로 지구상의 기존가치, 부와 선진국 프리미엄을 박탈해 버렸다. 폐쇄한 국경의 높은 장벽을 가볍게 넘나들며 미운사람, 고운사람, 귀한사람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거리의 하층민에서 최고 권력자에 이르기까지 질병은 한 집안은 물론 한 나라의 명운까지 좌우한다.

 

페스트, 콜레라, 유행성 독감(인플루엔자) 같은 범유행성 질병은 그 시작과 대유행과정이 매우 유사하게 진행된다. 최초의 발병자가 있고, 이후 교통수단을 통해 점점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해 나간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교통수단 또한 발전하면서 전염병은 마하 급의 빠른 속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된다.

 

일찍이 1350년 무렵 페스트, 즉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그 피해가 무시무시했지만 의외의 결과도 나왔다. 페스트가 번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 대부분 지역은 기근과 빈곤에 시달렸다. 페스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자, 소작농이 크게 줄어들어 토지를 소유한 이들에게는 노동력이 크게 부족해져 낡은 봉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노동력을 대체할 기술개발 투자가 시작하면서 서유럽을 보다 근대적 상업화와 현금 기반의 경제로 이끌며 유럽의 제국주의를 가속화하며 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남미지역에 치명적인 질병을 옮겼고 아메리카 대륙의 많은 원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세계의 기후를 바꿔놓았다 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의 식민지팽창이 진행된 아메리카 지역에는 약 6000만 명(세계 인구의 10%)이 살고 있었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옮겨온 천연두, 인플루엔자, 페스트, 말라리아, 디프테리아, 발진티푸스, 콜레라 등의 질병으로 인구가 500~6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살아남은 자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 농사나 거주에 사용하는 땅은 자연스레 숲이나 초원지대로 변해갔다. 숲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켜 전 세계의 기온이 떨어지는 이른바 소빙기(小氷期: Little Ice Age)가 시작된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이런 기후변화 영향은 유럽에서 엄청난 흉작과 기근으로 몸살을 앓았다.

 

중남미 아이티에서 발생한 황열병은 프랑스를 북아메리카에서 몰아내는 한편 미국 영토와 세력을 키우는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무력으로 이 섬을 장악하기 위해 수만 명의 병력을 파병하였다. 하지만 황열병의 병마가 휘몰아치자, 사병장교의사선원 등 황열병에 면역력이 없었던 약 5만 명이 사망하고 겨우 3000명만이 귀국했다. 이로 인해 사기가 꺾인 나폴레옹은 아이티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에 대한 식민지 팽창 야망을 포기하고, 나폴레옹은 미국에 210k의 땅을 팔아 넘겨 미국은 영토를 두 배로 늘리게 됐다.

 

1888~1897년경에 아프리카에서 동물에게 치명적인 질병인 우역(牛疫)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우역은 직접 인명피해를 주지 않았으나 아프리카의 소 90%가 폐사하여 아프리카 북동부 10개국과 서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등이 폐허로 변해 버렸다.

 

경제와 삶의 중심인 소()가 죽자, 기아사회 붕괴피해를 입은 지역의 난민 발생이 줄을 이었다. 1885년 베를린 회담후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14개국이 아프리카 대륙 점령을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아프리카는 1870년대에 10%만 유럽의 지배를 받았지만 1900년대에는 아프리카 영토의 90%까지 지배를 받은 결과는 우역으로 인한 대혼란이 유럽의 식민지 팽창에 기여한 것이다.

 

중국 명나라는 거의 3세기 동안 중국을 통치하며, 동아시아 광대한 지역에 문화적정치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1641년 중국 북부에 전염병인 페스트가 들이닥쳐 인구의 3분의 1 정도인 3,500만 명이 목숨을 잃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또한 가뭄, 메뚜기 떼까지 몰려와 농작물의 씨가 마르자 먹을 것이 없어진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사망한 이들의 사체까지 뜯어먹기 시작하면서 명나라의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당시 명 왕조는 부패와 기근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는 중에 북부의 약탈자들을 통해 페스트가 전파되었고, 만주 지역의 침입자들은 명 왕조를 몰락시켜 청 왕조를 세웠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희생자를 낸 전염병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병은 다름 아닌 결핵이었다. 결핵으로 죽은 사람은 지난 200년 동안만 약 10억 명에 이른다.

 

페스트가 가장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 역사에 기록된 것은 짧은 기간에 막대한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1,800만 명이 죽었고, 14세기 영국에서는 인구의 40~50퍼센트가 사망하였으며, 중국은 인구의 3분의 13,500만 명이 사망했다. 또한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인구의 70퍼센트 가량이 감소했다는 기록이 있다.

 

매독은 15세기 이후 약 400년 간 유럽에서만 약 1,000만 명이 사망했으며, 19세기 말에 프랑스 파리 인구의 15퍼센트가 매독 환자였다 한다. 하지만 매독이 발발하면서 혼외정사나 혼전 성교 등 자녀를 낳기 위한 목적이 아닌 모든 종류의 성관계에 대한 비난이 대대적으로 들끓면서 금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20세기에만 약 3억 명이 역사적으로는 5억 명이 천연두로 사망했다고 한다. 18세기에 유럽에서는 천연두로 25년 동안 약 1,500만 명이 사망했다. 특히 아동은 감염될 경우 80퍼센트가 사망했다.

 

특히 16세기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유입되면서,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스테카 왕국과 잉카 왕국을 비롯한 신대륙 원주민들에게 퍼졌고, 이에 대한 면역 체계가 없었던 원주민들은 천연두에 걸려 인구의 30퍼센트가 사망했다. 그 결과 유럽인들은 매우 손쉽게 신대륙을 차지할 수 있었다.

 

19세기 콜레라로 인도에서만 1,5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세기 유럽의 경우, 독일의 대도시 주민의 1퍼센트 정도가 사망했고, 프랑스에서는 약 18,000명이, 영국에서는 2만 여 명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운하를 정비하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노력했으며, 식수와 하수를 철저히 구분하게 되었다.

 

1918~1920 발생한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적게는 2,500만에서 많게는 1억 명까지 사망된 것으로 세계 인구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한다. 스페인 독감 확산 초기에 의료종사자가 많이 감염되면서 병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희생자가 컸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까지 10만 병이 에이즈에 감염하였고, 대부분이 면역결핍증으로 현재까지 약 3,900만 명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최근 100년간 유행한 전염병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수다. 초기 에이즈 환자들 대부분이 동성애자였기에 에이즈 공포로 동성애자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반감이 거세졌다. 이후 성소수자들은 자신들끼리 연대의식을 갖게 되었고,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회운동에 나서게 된다.

 

결핵은 현재에도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 중 3분의 1이 결핵균에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매년 800만 명의 환자 발생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다 한다. 19세기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결핵은 젊은 희생자들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작가나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결핵에 걸려 사망하면서 결핵이 재능 있는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이라고 미화되기도 했다. 당시 맑은 공기를 마시면 병이 낫는다고 믿은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를 찾았고, 오늘날 세계 경제포럼으로 유명한 다보스는 결핵 요양원으로 경제적 부를 쌓은 도시가 되었다.

 

고대로부터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는 항상 또 다른 새로운 전염병의 위협 앞에 많은 희생과 공포에 휩싸이곤 했다. 치명적인 독감 인플루엔자와 에이즈, 메리스 등 아직도 완전한 백신과 치료약을 찾지 못한 상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C19의 유행에 인간 존재는 한없이 약해진다.

 

전 세계의 팬데믹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다. 일부 국가의 아전인수 격인 조작과 이권만 노리는 치킨 게임을 하는 짓보다는 국가 간 인류를 위한 공조와 협력만이 C19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각국의 수뇌들이 머리를 맞대고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숙의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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