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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9년06월05일 11시12분 ]

   
신 성수 공학박사, 기술사
(건축시공ㆍ건설안전ㆍ건축품질시험)
현) 한국기술사회 교육훈련실장

 
본 내용은 한국기술사회 회지 봄호(2019.03)에 게재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 머리글

 ‘지식의 반감기’라는
표현이 열병처럼 유행한 적이 있었다. 복잡계 물리학자이자 응용수학자, 네트워크 과학자인 새뮤얼 아브스만의 저서를 통해 알려져 신조어가 된 것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덩어리가 절반으로 붕괴 되는 반감기를 가지는 것처럼,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추적함에 따른 표현이다. 당시 적지 않은 이들에게 자신이 지득한 지식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고찰할 수 있는 계기와 영감을 던져주었다.


< 학문별 지식의 반감기 >

■ 기술사와 기술사 계속교육

기술사는 ‘해당 기술 분야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에 입각한 응용능력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명실상부 국가에서 공인한 해당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서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응용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로서 기술사가 압축성장 혹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기에 국가 발전의 일익으로서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현직에서 은퇴한 많은 선배 기술사들은 당시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보다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청춘을 불태웠다. 이들은 해당 기술에 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전문가였고, 선구자였으며 리더였다. 따라서 자신이 지득한 지식에 대한 확고한 자기 확신과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다.

2007년 직무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능력을 유지·향상 시키고 국가 간 기술사 자격의 상호 인정에 필요한 교육훈련 요건 충족을 목적으로 제정된 기술사 계속교육제도는 이러한 기술사의 자부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다. ‘관련 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본인이 누구보다 전문가인데, 누가 나에게 교육을 받으라고 하며, 누가 날 가르칠 것이냐‘ 라는 반발은 물론 제도의 본 취지에 가려진 저의를 찾아내는 것에 대해 의구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돌이켜 보았을 때 당시 기술사 교육제도의 도입 취지는 굉장히 바람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도 도입 후 7~8년이 지난 시점에서 유행한 ’지식의 반감기‘라는 표현은 제도의 취지가 틀리지 않았음을 방증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사회의 합의는 물론, 지식의 가치, 개인 혹은 집단의 가치관, 조직 문화 등 많은 것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자신과 외부를 조율해 나가는 유연한 개인도 있겠지만, 일부는 전문가로서의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기술사 계속교육은 법의 본래 취지인 기술능력의 유지·향상은 물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유·무형의 변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자신과 외부 환경을 조율 해 나감을 의미하지 않을까.
 
■ 4차 산업혁명과 소프트파워
 

[ 하드파워 VS 소프트파워 ]

기술의 융복합으로 인해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은 분야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의 삶의 영역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폰의 영향력과 범용성에 대해서는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생활을 넘어서 업무에 이르기까지 활용의 폭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함께 성장해 가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할 수 있는 기기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단언컨대 애플사의 아이 폰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핸드폰 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꾼 아이폰은 2007년 최고발명품으로 선정됨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공전의 히트를 친 이른바 ’대박상품‘이었다.

하지만 아이 폰에 탑재된 다양한 기능들을 애플이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다. 터치패널을 비롯한 상당수의 기능들은 이미 과거에 선보인 기술들이었으며, 당시 아이 폰은 이러한 기능들의 융·복합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드웨어를 구동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는 애플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애플의 최신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렇듯 애플의 아이 폰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의 융복합‘과 ’소프트파워‘ 양자를 모두 충족시킨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종래의 폴더폰 시장이 도태되었음은 모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 스티브잡스와 아이 폰 ]


■ 소프트파워와 기술사 계속교육
 
2007년 도입된 기술사 계속교육 제도는 상술한 바와 같이 기술능력의 유지·향상을 핵심으로 두고 있으며, 기술사법으로 교육이수를 의무로서 정하고 있다. 기본교육과 전문교육 이수를 규정함으로써 해당 전문기술의 유지·향상은 물론 기본 소양과 관련한 교육도 이수를 해야 한다. 또한 2014년 기술사법 개정 시에는 기술사 윤리·안전에 대한 교육도 의무로 이수하게 함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엔지니어로서의 윤리적 책임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사 교육제도의 시행에 대해서는 서두에 언급했듯 많은 반발을 가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2014년 기술사 윤리와 기술사 안전이 의무교육에 포함되었을 때에도 적지 않은 기술사로부터 ’윤리·안전교육을 받으라니 어린애 취급하는 거냐‘ 라는 뉘앙스의 항의 또한 상당했다. 기술사 계속교육에 대한 인식과 기술사 본인들이 전문가로서의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계속교육 제도는 기술사법을 제외한 타 법령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계속교육을 통한 전문성의 유지·향상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법령에서의 교육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의무교육으로서 업무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에 해당하기도 한다.
 

[ 기술사자격 등록 및 계속교육 체계 ]

그렇다면 우리는 기술사 계속교육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단순히 전문성의 유지·발전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교육 적용의 폭이 광범위하다. 전문성만을 중요시했다면 기술사 전문교육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며, 구태여 기본교육과 자율학습 이수가 기준에 포함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현재 국가기술자격 체계에서의 기술사는 해당 전문분야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격체계만을 고려했을 때 어느 자격 집단보다 높은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회적 합의, 지식의 가치 등이 과거와 비교해서 상당히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중요한 것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으며, 이는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의 융·복합의 중요성이 이론이나 이념적인 부분만이 아닌 실재적으로, 실존적으로 우리 삶 속에서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시로 들었던 스마트 폰은 현대사회의 중심축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배제한 현대상(現代像)은 이제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다.

기술사 전문교육을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전문성의 유지·발전은 물론 기술의 융·복합을 위한 새로운 영감을 얻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분야의 전문교육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기술사법에 의하면 본인이 취득하고 있는 기술종목 외에 다른 기술종목의 전문교육 이수에 대해서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는 점이다. 관심 있는 분야 혹은 순간의 번뜩이는 영감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교육이라면 취득한 기술종목 여부에 상관없이 교육 이수를 할 수 있다. 이는 건설 분야와 환경분야가 될 수도 있고, 정보통신분야와 어업분야가 될 수도 있으며 그 이상의 다양한 기술종목 간 융·복합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을 선도하고 생태계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사 계속교육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교육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 초연결과 기술의 융·복합 ]

소프트파워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계속교육을 바라보았을 때 기술의 융·복합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과거에 비해 더욱 빨라졌고, 발전의 주기는 계속 단축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체득하고 있는 다양한 기능적인 요소들은 단기간에 구닥다리로 박물관 한편으로 전락하거나,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범용적인 기능을 활용하지 못해 우리 자신들이 시대에 뒤떨어져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기술사 기본교육을 바탕으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내재된 소프트파워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인식의 격차는 우리 스스로도 이미 겪어왔다. 기술사 평균 연령이라고 할 수 있는 50대 즈음의 기술사들이 첫 직장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회사 사무실에는 컴퓨터조차 없었다. 빔프로젝트를 활용한 파워 포인트가 아닌 전지에 자를 대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한 장씩 넘겨 가면서 설명하고 보고했던 것을 요즘 신입 직원들에게 이야기한들 그들은 아무런 실감조차 하지 못한다.


심지어 요즘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과제를 하며, 놀이도구로 삼고 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 본인의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해서 영상편집을 하고 텍스트를 수록하며, 수행평가를 위해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파워포인트로 제작하기도 한다. 지금 50대의 기술사들이 이러한 기능들을 활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부‘를 이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사 본인은 관리자이기 때문에 직접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외부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우수한 산출물을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숨 쉬듯 당연하게 활용되고 있는 여러 기능 중 한 예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이 범위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하여, 다양한 정보통신 기기의 활용까지 망라한다.

특히 해당 기술에 높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술사가, 스마트 폰은 물론 컴퓨터조차 활용하지 못해서 편의성을 위해 개발된 다양한 소프트웨어적인 기능 등을 활용하지 못하여, 직접 사무실에 방문하는 수고를 하며, 금전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제법 있으며,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과거에 지득한 지식만을 고집하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지식들을 취득하고 자신과 외부를 조율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폐쇄적이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이들이 취득하고 있는 기술종목 분야의 지식의 패러다임이 변모하거나,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문바보와 갈라파고스화 그리고 기술사

전문지식은 때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게 한다. 따라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전문 지식인들을 ’전문 바보‘라고까지 지칭하기도 한다. 기술의 융·복합과 유연한 사고를 요구하고 있는 요즘에 있어서 완고하기만 한 전문 바보는 오히려 시대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한 가지에 매몰된 채 극도로 제한된 시야를 갖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문 바보와 같은 현상은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갈라파고스 화는 시장의 추세와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표준을 좇다가 고립을 자초한 경우를 말하며, 특히 일본의 IT산업이 자국 시장에만 안주하다가 경쟁력을 상실하고 내수만으로 생존하는 현상을 설명하며 등장한 용어이다. 이는 육지로부터 떨어져 갈라파고스 제도에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서식하는 고유한 생태계가 외부종의 유입으로 멸종 혹은 멸종의 위기를 맞은 상황을 일컫는다.

 

우리 기술사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바로 탈 전문바보, 탈 갈라파고스화가 아닐까한다. 스스로의 전문성에만 매몰된 채 외부와의 조율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지식, 계층, 조직과 소통하며 내재된 역량을 끌어올려야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종목을 넘나드는 종목 간의 왕성한 호기심은 물론, 다양한 기본교육 참여를 통한 새로운 기준, 소양, 기능 등의 체득과 활용이 필요할 것이다. 계속교육 제도는 이러한 기술사의 복합적인 역량강화를 위해 실시하고 있으며, 변화되는 시대상에 맞게 커리큘럼 또한 능동적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기술사의 관점 또한 함께 변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 KBS 명견만리에서 ]

저명한 미래학자 토마스 플레이의 말처럼 "미래에는 매우 빠르고, 변화에 유연하며, 앞으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사람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세상을 변화시킬 기술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의 역량을 기하급수 적으로 증폭시킬 줄 아는 자, 즉 기술지능(TQ)이 뛰어난 자가 결국 승리의 트로피를 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하는 기술사들의 역량을 배가할 수 있는 창의적 상상력을 통한 소프트파워를 키워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의 선구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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